소아 응급실 기준
소아 응급실 기준을 미리 정해 두시면 새벽에 훨씬 침착해지십니다. 먼저 갈 곳을 세 가지로 구분해 두시기 바랍니다.
첫째는 119입니다. 아이를 직접 차에 태우는 것보다 구급대를 부르는 편이 나은 상황이 있습니다. 의식이 흐리거나 숨 쉬는 것이 힘들어 보이거나 경련이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동 중에 처치가 필요한 상태라면 망설이지 마시고 부르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응급실입니다. 걸어서 갈 수는 있지만 당장 확인이 필요한 상태일 때 가는 곳입니다. 다만 응급실은 중증 환자를 먼저 보는 곳이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열만 있는 아이를 데리고 가면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는 달빛어린이병원입니다. 야간과 휴일에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으로, 응급실보다 대기가 짧고 비용 부담도 적습니다. 열이나 구토, 가벼운 상처처럼 급하지만 위급하지는 않은 상황에 가장 적합합니다. 거주 지역에 어디가 운영되는지 미리 확인해 휴대전화에 저장해 두시기 바랍니다.
어디로 갈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응급의료 상담 전화 133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24시간 운영되며 증상을 설명하면 적절한 조치와 갈 곳을 안내해 줍니다. 응급의료포털에서 지금 문을 연 병원을 검색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권해 드리는 방법은 미리 적어 두는 것입니다. 집 근처 응급실, 달빛어린이병원, 야간 약국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메모해 냉장고에 붙여 두시기 바랍니다. 급할 때는 검색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소아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인지도 미리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응급실이 있다고 해서 모든 병원이 소아 환자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밤에 도착해서야 소아는 진료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평소에 1339로 문의해 두시거나 거주지 보건소에 확인해 두시면, 정작 급한 날에 길에서 시간을 잃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증상
증상별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즉시 119를 불러야 하는 경우입니다.
의식이 없거나 깨워도 반응이 흐린 경우, 숨쉬기가 힘들어 보이는 경우입니다. 호흡이 힘든 신호는 비교적 알아보기 쉽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사이나 목 아래가 쑥 들어가고,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입술이나 손톱이 푸르게 보이는 것도 위급한 신호입니다.
경련이 5분을 넘겨 이어지는 경우, 먹은 뒤 얼굴이 붓고 두드러기가 번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경우, 피가 멈추지 않는 경우, 높은 곳에서 떨어진 뒤 의식에 변화가 있는 경우도 119를 부르셔야 합니다. 단추형 전지나 약을 삼킨 경우는 증상이 없어도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에게 38도 이상의 열이 있다면 시간과 관계없이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다음은 응급실로 가시는 것이 좋은 경우입니다. 구토가 반복되며 아이가 처지는 경우, 여덟 시간 넘게 소변이 없고 입술이 마르는 탈수 신호가 보이는 경우, 변에 피가 섞이거나 검은색 변을 보는 경우입니다.
배를 아파하며 다리를 끌어당기고 몇 분 간격으로 심하게 울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면 장이 겹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빠른 확인이 필요합니다.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 화상 범위가 넓은 경우, 팔다리가 부어 쓰지 못하는 경우도 해당됩니다.
반대로 다음 날 외래로 가셔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열이 있지만 해열제를 먹고 잘 놀고 물을 마시는 상태, 기침과 콧물이 주된 증상인 경우, 가벼운 찰과상 정도입니다.
판단의 기준을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숫자보다 아이의 상태를 보시기 바랍니다. 체온이 39도여도 물을 마시고 눈을 맞추고 장난을 치는 아이보다, 38도인데 눈빛이 흐리고 안아도 반응이 없는 아이가 훨씬 걱정스러운 상태입니다. 평소 우리 아이의 모습을 아는 사람은 부모뿐입니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는 그 느낌을 근거로 삼으셔도 됩니다.

준비물
준비물을 미리 한 가방에 모아 현관에 두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급한 상황에서 챙기려 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빠뜨리게 됩니다.
먼저 서류입니다. 보호자 신분증과 아이의 건강보험 정보가 필요합니다. 아기수첩이나 예방접종 기록을 가져가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다음은 약입니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 봉투를 그대로 챙기시기 바랍니다. 성분과 용량을 설명하는 것보다 봉투를 보여 드리는 것이 정확합니다. 무언가를 삼킨 사고라면 같은 제품이나 용기를 반드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그다음은 기록입니다.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체온은 몇 도였는지, 구토나 설사는 몇 번이었는지 메모해 가시기 바랍니다. 밤새 지친 상태에서는 기억이 뒤엉킵니다. 종이 한 장이 진단 속도를 크게 바꿉니다.
아이를 위한 물품도 챙기셔야 합니다. 여벌 옷과 기저귀, 물티슈, 담요를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응급실은 대기가 길고 실내가 추운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작은 인형이나 책을 하나 넣어 두시면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다만 음식과 물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복통이나 구토로 가시는 경우 검사나 처치를 위해 금식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도착하신 뒤 의료진에게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휴대전화 충전기와 결제 수단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야간과 공휴일에는 진료비가 가산됩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셨다면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함께 받아 두시면 청구가 수월합니다.
형제가 있는 가정이라면 누가 큰아이를 볼지도 미리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새벽에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정해 두는 것만으로 상황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응급실에 다녀온 뒤 괜히 왔다는 말을 듣고 민망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 아니라는 확인을 받는 것도 진료의 중요한 결과입니다. 부모는 의사가 아니며, 밤새 혼자 판단을 떠안을 필요도 없습니다. 걱정이 되어 갔다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밤이 가장 좋은 밤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1339 또는 119를 통해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